"한국의 심야식당 같은 곳" 영등포구 이동노동자 쉼터지기의 소회

20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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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 이동노동자쉼터의 공간매니저로 9월 쉼터 공간조성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이태훈 매니저의
4개월여 쉼터매니저 소회를 공유합니다.
이태훈 매니저님은 쉼터운영예산 축소로 인해 2023년 12월 29일 오늘까지만 일하게 되었습니다.
애정과 정성으로 이 공간을 가꾸어주신 덕에 영등포구이동노동자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습니다.
이태훈 매니저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4개월 가까운 시간 이동노동자쉼터 야간 관리자 일자리를 오늘을 마지막으로 정리한다.
소지품을 정리하고, 여러가지 기록을 정리하고, 내년에 올 사람을 위한 인수인계 자료를 만들었다. 

배달, 택배, 요양보호사와 그 분들이 돌보는 치매 어르신들, 동네 어른들과 아이들, 구직 중인 청년, 노숙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쉼터에 와서 허기를 달래고 온기를 나누고 자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남기고 갔다. 

요즘 치매약이 좋다며, 조금씩 의사소통도 되어 간다고 동료 노인들과 요양보호사 선생님과 놀라며 기뻐하기도 했고,
갑자기 쉼터 밖으로 사라진 할아버지를 찾고 선 험상궃은 표정으로 노려보기도 했다.
배달 취소된 음식으로 첫 끼니를 먹는 배달노동자들 옆에 앉아 한달에 네 다섯번 당하는 교통사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비가 내리치거나 눈발이 날리는 날 밤,
시간당 2,900원을 벌려고 칭칭 동여매고 길을 걸어다니는 도보배달 노동자의 얼음이 낀 얼굴에 핫팩을 건네며
배민을 욕하는 소리와 새로 오픈한 가게 잘생긴 알바 칭찬을 듣기도 했다. 

내가 본 영화에 무엇을 비교할 수 있을까..
마치 한국의 심야식당 같은 곳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내게 쏟아냈고,
질문이나 말도 없이 듣기만 하곤 하는 나와 시간을 공유했다.
한 시대를 여러 모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났다.
짧고 단순한 이야기로 하루를 풀어내는 삶의 아름다움,
지루한 반복 뿐일 것이라 생각되는 삶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신비, 그리고 그 삶을 웃어재끼는 사람들의 용기,
다들 자신의 메뉴를 굽고 졸이고, 맛보면서 만들어가는 심야식당에 잠시 앉아있었던 시간이 꿈같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