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에 혼자가 아니라 기다려주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쉼터 이용소감]

20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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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곳곳을 누비며 일해 온 8년차 베테랑 라이더 ‘영등포구양’선생님이
영등포구 이동노동자 쉼터의 소중한 이용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삶, 그리고 쉼터가 주는 의미를 함께 나누고 싶어,
일부를 발췌하여 공유하며 추운겨울 쉼터의 온기를 여러분께도 전해드립니다


66년생으로, 2017년 겨울 생계를 위해 처음 배달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8년이 되었습니다
독산동 집에서 강남까지, 고물 49cc 스쿠터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달렸던 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겨울밤 블랙아이스보다 더 무서웠던 건, 한부모로서 아이와 살아가야 했던 현실이었습니다

그 시절 배달을 마치고는 서초, 합정, 철산 쉼터를 전전하며 잠시 숨을 돌리곤 했습니다
그러다 “왜 영등포에는 이동노동자 쉼터가 없을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배달 지역을 영등포로 옮기고, 사람들은 저를 ‘영등포구양’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꿈만 같던 영등포구 이동노동자 쉼터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이처럼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배민, 쿠팡이츠, 카카오퀵 앱을 켜고 서울 전역을 다니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쉬었다가 다시 출발할 수 있는 나의 베이스캠프가 영등포에 있습니다
1호점에 이어 신길 2호점까지 생긴 지금, 이 겨울은 유난히 든든하고 따뜻합니다

앞으로 은퇴까지 남은 몇 년,
도로 위에서 혼자가 아니라 기다려주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일은 훨씬 덜 외롭고 덜 힘들어졌습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서초·합정·철산 쉼터처럼 새벽 시간대까지 운영이 확대되기를 희망합니다
새벽 3시 30분까지 이어지는 배달 이후
영등포에서도 다시 몸을 추스를 수 있다면 더 많은 이동노동자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 소중한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해주신
영등포산업선교회와 영등포구청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영등포구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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